아바나 비에하 - 쿠바 여행기 2

취향의 흔적
- 여행, 2017-12-03, resistan

환전

공항 환전소가 비싸다고 해서, 가져간 캐나다 달러를 바꾸러 나갔다. 아랫집 카를로스가 친절하게도 조심할 점도 여러 가지 알려줘가며 환전소까지 데려다줬다.

쿠바 화폐

쿠바에는 두 개의 화폐가 있다. 외국인이 쓰는 CUC(쎄우쎄. 그냥 쿡이라 부른다)와 현지인이 쓰는 CUP(쎄우페. 모네다라고 부른다). 1쿡은 보통 미화 1달러와 비슷한 시세인데, 24~25 모네다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무래도 쿡을 받는 가게는 현지 물가보다 제법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가게에 가면 커피 한 잔에 1모네다인데 쿡을 받는 가게는 최소 가격이 1쿡이다. 품질이나 서비스의 차이가 있다해도 24배나 비싸게 제품을 사야한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그래서 알뜰한 여행자들은 모네다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한다. 모네다를 쓸 수 있는 가게에 대한 정보는 커뮤니티나 가이드북을 통해 공유되니 미리 알아두면 좋다.

다만, 모네다는 쿡으로 환전한 후에 추가로 환전해야 하는데, 단위가 다르다 보니 한 번에 많이 바꾸면 정말 많은 지폐를 가지고 다녀야하니 조금씩 바꾸는 쪽을 추천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아바나의 골목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 아바나는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아바나 비에하

주택이 밀집한 센트로 아바나의 골목길은 제법 지저분하다. 우리 숙소의 주인 할머니도 테라스에 놓여있던 재떨이를 비울 때는 지나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길에 털어버리더라. 개와 말 같은 동물의 분뇨나 쓰레기가 뒤섞여 엉망인 곳이 제법 많다. 그런데도 사진에 보이는 거리의 모습이 비교적 깨끗한 건, 늦은 오후의 집중호우가 대부분 쓸어가기 때문이다.

불편해 보일 정도로 좁은 인도를 고집스레 걷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 아마 그런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오비스뽀

오비스뽀(Obispo)는 아바나의 구시가지에 있는 거리다. 흔히 아바나의 명동쯤으로 비유하는데, 좁은 골목을 다니다 보면 기념품 가게부터 식당, 호텔,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 뒤섞여 나타난다.

정오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다니는 사람이 제법 많다. 식당이나 주점에서 연주 중인 음악이 거리를 채운다.

처음 들어본 관타나메라. 관타나모 아가씨라는 말이라는데, 멕시코 등지에서도 많이 불리는 것 같다. 멀리서 영상을 찍고 있자니 아주머니가 팁 받으러 나오길래 당황해서 급히 카메라를 돌려버렸다. 바보처럼.

오비스뽀를 따라 들어가면 아르마스 광장이 나온다. 낡은 책이나 기념품, 그림을 파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아르마스 광장의 노점상들

이제 체 게바라는 쿠바의 상품이다

광장과 박물관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깔끔하게 제복을 갖춰입은 영감님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이게 뭔일일까 싶었는데, 촬영 후엔 역시 불쌍한 표정으로 팁을 요구한다.

대성당 광장
미사 중인 성당 내부

북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면 대성당 광장이 나온다. 마침 주일 미사를 하고 있어 밖에서 구경만.

쿠바의 종교

스페인 치하에서 가톨릭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곳에는 성당이 있고, 신자도 있다. 다만, 이후에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섞이면서 산테리아라는 특유의 신앙이 생겼다고 한다. 가톨릭의 성인을 믿는다는데, 예수나 성모 이외에 종교적으로 보이는 인물상을 집에 두고 있다면 산테리아 신자일지도 모른다.

술 마시는 여행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볕이 뜨거워지니 슬슬 어딘가 좀 앉았으면 했다. 다시 센트로 아바나 쪽으로 나가다 보니 헤밍웨이의 모히토가 있다는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를 찾을 수 있었다.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찬 실내, 밖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여행자들. 모히토는 몰디브가 아니라 아바나지.

어지간히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밴드가 있다. 흥 부자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이런 곳에서 공연하는 밴드들은 대개 작은 앨범을 만들어 공연 후에 손님들에게 팔고는 했다.

바텐더는 여러 잔을 한 번에 만들고 있었고, 우리 일행도 한 잔씩 주문해서 입구에 서서 마셨다. 나중에 다시 찾아갔을 땐 2층이 있다고 해서 올라갔다.

이때부터 낮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날이 더우니 지치면 술을 팔 것 같은 곳에 가서 다이끼리를 한잔 하거나 맥주를 사서 마시거나. 설탕이 잔뜩 들어간 모히토로 당 보충을 했다고 해야 하나. 하루 평균 2잔은 마신 것 같다. 가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모히토나 다이끼리 같은 칵테일류는 3~5쿡 정도로 기억한다. 따지고 보니 술값을 꽤 썼다.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 2층

2층은 넓다

뱀발

이렇게 까지 장황한 여행기를 쓸 거란 예상은 못 했는데, 사진과 영상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많이 끊어 써야 할까 싶다. 아바나에서 이제 반나절. 1년도 더 지난 일인데 이렇게 많이 기억해내는 걸까. 역시 남는 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