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f님의 글에서 알게된 디자인과 인간심리라는 책을 사서, 어제서야 읽기 시작함. (흠... 받은 책은 표지 디자인이 바뀌었더라는...)
웹에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사용성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요즘 부쩍 사용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주저리 주저리 몇자 남겨본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동적인 인터페이스가 사용성이 더 좋다고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래시나 스크립트 등을 이용해서 상위메뉴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하위메뉴가 옆이나 아래에 바로 나타나는 경우처럼 말이다. 물론,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이런 방식이 좋다고 하니 무조건 비슷하게 만들어내는데, 커서의 위치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는 하위 메뉴들이 과연 편리한 것일까?
커서 위치에 따라 등장하는 서브 메뉴가 과연 편리한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과연 마우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한 도구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이야기 해왔던 시각장애인의 경우야 커서 위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하지 않으니 논외로 하고...
몇 년 전에 어머니께서 컴퓨터로 가톨릭 성가를 듣고 싶어하셨다. 집에 성가 테이프나 CD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들을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알려드리려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컴퓨터 앞으로 모시고, 전원을 켜는 법부터 브라우저를 열고 사이트를 찾아가는 법(북마크를 해뒀다)을 알려드리려 하는데... 아뿔사!
어머니께선 그 마우스 커서를 못찾으신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만, 그 조그만 커서에 시선을 맞추고 아이콘이나 링크를 찾아서 클릭하거나 더블클릭하는 것이 초심자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던 거다. 게다가 어르신들은 노안으로 가까이 있는 것은 돋보기를 써야만 보실 수 있으니... 그때는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요즘 개그夜의 모 코너에서 패러디되고 있긴 하지만... 한석규가 아버지에게 비디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서를 큼직하게 써두는 장면. 손으로 쓰진 않지만, 나 역시 부모님의 전자 제품 이용을 위해 그런 설명서를 만들어서 큼지막하게 출력해드린 적이 몇 번 있었다.
뭐... 노인을 공경하자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게 아니다. 최근에 60대 할아버지의 동영상 캐스팅 같은 것들이 화제가 되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컴퓨터 사용층의 고령화 역시 이루어지겠지. 우리도 나이를 먹어가니까 말이다.
사용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특정 계층, 특정 부류의 사용자만을 위해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마우스가 어렵다면 키보드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면 된다. 키보드조차 쓰기 어려운 사람은 대개 자신만의 입력장치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장치들은 대개 키보드와 대응하도록 만들어진다. 보통 OS들은 키보드 컨트롤을 지원하기 때문에 마우스가 없어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웹은...? 이용 불가능...!
주저리 주저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