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개인적으로 모아뒀던 자료를 정리하게 됐는데, 17대 대선 때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대선 후보 홈페이지별 웹 접근성 평가 결과가 있기에 꺼내봤다.
자료를 보면 당시의 후보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 평균 41.02점으로 중앙부처나 자치단체의 평균 점수에 비해 10~40점 이상 낮았던 것으로 집계되어있다.
대선 후보들의 홈페이지
이번 대선에는 비슷한 자료가 아직 없는 듯해서 주요 후보들의 홈페이지를 간단히나마 살펴보게 됐다.
처음엔 웹 접근성 지침의 항목별로 풀어볼까 했는데, 메인페이지의 대체 텍스트를 살펴보다보니... 하기 싫어졌다.
조금 살피다보니 서브페이지들까지 일일히 뜯어보고 정리하기엔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그래서 홈페이지별로 '대충' 정리해본다.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
- 가장 많은 이미지를 쓴 홈페이지 메인의 유일한 대체텍스트가 공백. 스크린샷 넣었다가 허무해서 뺐다.
- 아마 태블릿 친화적인 디자인을 의도했겠지만, 코드상으로는 콘텐츠 순서에 문제가 좀 있다.
- 공지용 레이어를 빼면 초반 구성은 순차적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링크와 전체 메뉴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지체 장애인들이나 시각 장애인들이 콘텐츠를 보려면 대체 몇 번의 탭키를 눌러야 할까.
- 메인 콘텐츠를 (역시 대체콘텐츠 따위는 무시하는) 엄청나게 큰 이미지로 처리하고 이미지 맵으로 링크를 건 걸 보면서 '홈페이지 만들기 귀찮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 유일하게 1024*768 해상도에서 가로 스크롤이 생기지 않는 홈페이지였다.
- 메인의 유일한 대체 텍스트는 '검색'. 이미지 태그에 alt 대신 title을 써둔 곳이 좀 보였다.
- 테마 컬러로 사용하고 있는 연두색과 흰색의 대비(3:1 정도)가 썩 높은 편이 아니다. 저시력자들은 확대를 많이 해야 인식 가능할 수준.
- 일반 텍스트 크기도 11px을 써서 좀 작은 편이다. 차라리 키비주얼 영역을 좀 줄이고 다른 부분들을 큼직하게 만들면 어땠을까.
- 스타일을 빼보니 레이아웃 잡는다고 div와 table을 잘도 섞어 쓰셨다. 덕분에 콘텐츠 순서가 어려워졌다.
안철수 후보 홈페이지
- 전체적으로 텍스트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 로고 이미지와 일부 사진에 대체 텍스트가 들어있긴 했지만, 이미지 사용 비율상 대체 텍스트가 넉넉하진 않은 편이다. 스크립트 처리를 위해서 일부 링크 등에 title을 이용하고 있지만... alt가 필요하다는 점~.
- 콘텐츠 구성은 세 홈페이지 중에 가장 순차적으로 잘 돼있었다.
- 콘텐츠가 바뀌는(롤링되는) 부분이 많은데, 좀 멈춰놓고 볼 수 있게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정리
며칠 전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 사이트를 가봤었다. 그리고 오늘 살펴본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의 사이트는 솔직히 좀 비교가 된다.
생각해보면 바쁘디 바쁜 대선 레이스 일정에 업데이트 되는 소식이나 자료는 얼마나 많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하겠다고 나오신 분들 아닌가. 각 후보의 정책을 살펴보면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는 단어. 그리고 그들을 위한 복지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만듦새나 그 코드는 그런 목소리를 증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바뀐 건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스타일이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철두철미하게 정책을 투영해내는 후보들이 아닌 것이다.
장차법이 만들어진지 이미 몇 년이나 지났고, 홈페이지 접근성 관련해서는 내년이면 난리가 날거라는 예상들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난리가 날지... 궁금해졌다.
(이런 거 개선하려면 선거운동 본부에 있는 홈페이지 담당자님들께 말씀이라도 올려야 할까.)
*사족
- 워드프레스 업데이트 이후에 테마에 오류가 있어서 바꿨는데, 글쓰기가 좀 어려워졌다.
- 백만년만의 포스팅이 이런거라고 실망하실 분들도 많으실 듯 하지만...
- 요즘은 잘 하시는 분들도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분들도 꽤 되시니... 할 말이 별로 없는 저는... 후다닥
- 아, 근데... 정말 선거에서 중요한 건 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