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에디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II

취향의 흔적
- IT/웹, 2007-09-20, resistan

이 글은 웹 에디터의 이상적인 방향을 고민하는 글입니다. 우둔한 머리 때문에 한번에 풀어내지 못하는 내용이라 아래 글을 이해하는게 어렵다면 이전 글을 참고해주십시오. 글이 갈수록 꼬이는데다 주기가 거의 월간이 되는군요. 완결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불가능한 작전(mission impossible)?

어떤 콘텐츠를 입력할 수 있게 만들 것인지를 정하는 것부터, 어떤 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웹 에디터 제작의 방향성은 일견 분명해보인다.

필자는 웹 표준을 지지하고, 웹 표준을 지키려 노력하고 그에 맞춰 브라우저나 인터넷 사용 환경이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다. 또한 웹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 사회의 혜택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웹이라는 공간에 올려지는 페이지들은 가능한한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웹 에디터가 웹 문서를 어디까지 편집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 하는 점에서, 웹 표준이나 웹 접근성의 문제는 굉장히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웹 에디터

우리가 예전에 사용했던 워드프로세서들처럼 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서 편집기 역시 이미 많이 나와있다. 우리가 에디터라 부르는 이 도구들의 목적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웹 콘텐츠를 보다 쉽게 편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웹 에디터는 사용자가 입력 양식을 통해 웹에서 정보를 보다 쉽게 나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인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웹에디터 인터페이스 현재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워드프레스에 탑재된 Rich text editor의 인터페이스. 링크/이미지 삽입처럼 흔히 쓰이는 기능이 있는가하면 글자 크기나 글꼴 변경의 기능이 없고, 문맥상의 강조/삭제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목록이나 인용 등 콘텐츠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의 웹 에디터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능들은 링크 추가, 글꼴 크기 변경, 전경색/배경색 변경, 텍스트 정렬방식 변경, 이미지와 멀티미디어 삽입 정도라 하겠다. 대부분의 웹 에디터는 일반 사용자라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가 웹 페이지를 구성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몰라도 콘텐츠를 웹 상에 표시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사용자 중에도 이런 기능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여러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에디터들은 사이트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콘텐츠 영역에 들어갈 내용만을 편집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기능을 풀어놓고 보니 꽤나 난해한 문제다. 특히 문서의 용도나, 목적을 고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굉장히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과 인쇄물이 다른 점

Limitless Canvas

웹은 인쇄물과 다르게 Limitless Canvas 속성이 있다.

웹의 표현부를 다루는 CSS의 특성을 살피다보면 Screen과 Limitless Canvas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웹 페이지는 한 화면상에서만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인 Screen과 스크롤바를 움직여서 볼 수 있는 웹 페이지의 나머지 부분을 포함한 전체로써 Canvas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스크롤바는 끝없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Limitless Canvas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로 스크롤을 움직이는 것보다 세로 스크롤을 움직이는 쪽을 선호하는 이유는 기존에 인쇄물에서 많은 텍스트를 읽을 경우 세로 방향으로 읽어 내려가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종이와 스크린은 서로 차이가 있다. 단순히, 영역적 한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방법의 문제나 삽입 가능한 외부 객체의 차이도 있겠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워드프로세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콘텐츠를 인쇄물로 손쉽게 만들어 문서의 형태로 정보를 보존할 수 있게 만드는데 있다. 그러나, 웹이라는 것은 콘텐츠를 보존하고자하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인쇄물을 제작하는 것보다는 정보 자체의 공유를 원활히 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렇듯 추구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두가지 도구가 할 수 있는 일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서 편집과 웹

어쨌거나 편집이라고 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문서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내용과 틀을 두고, 더 보기 좋게, 더 가독성 높게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컴퓨터에서 사용 가능한 편집 도구들은 일반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던 것 같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업의 효율화, 문서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 가능한 패턴 디자인 등의 기능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여전히 이런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10년 전에 비해서 그 기능도 훨씬 다양해지고 막강해졌다 할 수 있다. 컴퓨팅 환경에서 웹이라는 혁명적인 공간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쩌면 지난 논쟁의 중심에 놓인 스마트에디터의 표현 방식은 HTML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 워드프로세서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쟁점 중 하나였던 글자 크기의 문제는 접근성의 측면이나 코드 표준에는 위배될지라도 사용자가 더 많은 종류의 글자 크기를 입력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