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표준이 마치 종교처럼

취향의 흔적
- IT/웹물음표, 2006-09-24, resistan

사실 전도사(Evangelist)라는 말이 썩 맘에 들진 않습니다만, 웹표준 논란에 관해서 회사 동료와 이야기하다보니 꽤나 재밌는 이야기가 나와 버렸습니다. 우선 아직 못보신 분들은 아래 포스트들을 참고해주시고...

웹표준이라는 신흥 종교가 이 나라에 알려진 것은 2000년경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미 토착 신앙이 매우 뿌리깊은 이 나라에서 2004~2005년을 즈음해 이 신흥 종교를 부흥시키려는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신흥 종교가 설파하는 내용이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는데, 토착 종교의 교주들은 몸에 밴 신앙 생활이 아무래도 편했습니다. 거기다 이미 많은 교도를 거느리고 있는지라, 새로운 교리를 도입했을 때 나타날 손익계산도 해야했구요. 사도들도 눈과 귀가 있는지라 교주의 입장에선 왠지 기득권을 뺐길지도 모르는 일보다는 생색내기를 통해 교도들의 민심을 잡는데 오히려 주력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교단의 대문을 새로 칠하거나, 좀 더 교도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몇가지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교도들은 신기해하거나, 즐거워하거나, 더 불편해하거나.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대상이 새로운 교리는 아니지만 말이죠.

너무 극단적인 비유인가요? 전도사라는 단어가 의미상 틀리진 않겠지만, - 왜 나왔는지, 왜 쓰이고 있는지도 몰라서 - 그 단어에만 천착해서 우스개처럼 써봤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웹표준을 좋아하고, 웹표준을 공부하고, 주변 사람에게 설명이나 설득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이전시에 있다보니 공공기관 프로젝트라도 하나 할라치면 표준이나 접근성 관련 지침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했던 H보험사나 I시청 같은 프로젝트들을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하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특히 웹표준 권고안 준수율 등의 기준에서) 실험적이었던 만큼, 성공적이라 말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나 저와 함께 작업을 하는 동료들이 표준이라는 단어를 알고, 좀 더 가까이 가기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입니다만, 알리려 하는 입장에선 조급해하는 것만큼 욕을 먹는 것 같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바쁜 일정 속에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가며 일하기란 쉽지 않죠.
저 역시 회사에서 웹표준 관련 내용들을 주로 다루어 왔기 때문에 회사 내부 분들은 몇가지 이유로 관련 내용이 필요하면 대개 저에게 물어오십니다. 하지만, 뭐 보통은 그때뿐입니다. 필요할때마다 묻는 불편함은 감수하지만 제가 가진 내용이 업그레이드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제 손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분명히 한 분 한 분 늘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