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취미는 그저 취미로

취향의 흔적
- 잡담취미, 2016-01-20, resistan

출사

작년 사진 수업 이후로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다. 주로 혼자 다니는 편이기는 한데, 가끔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지면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진반에 출사 공지를 내거나 카메라 기종별 동호회의 출사를 따라가거나 해본다.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눈에 띄는 걸 찍어두자는 주의라.... 간편하게 필요한 것만 챙겨서 다니면 되지 - 했는데, 요즘은 날씨도 춥고 해서 챙겨야 할 물건이 제법 늘었다.

행여 야경이나 실내 사진을 예상해야 한다면 삼각대도 필수. 뭐 내 삼각대는 빌려줬다 잃어버린 지 오래고, 세울 수 있는 모노포드가 대타지만. 이래저래 소지품을 정리하다 보면 간편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확실히 성격 문제다.

피사체 지상주의

어제 본 피드 중에 "아마추어 사진사가 빠지기 쉬운 함정, 피사체 지상주의"라는 글을 읽고 나니, 내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하늘공원 내려오는 길에 기념 촬영 중인 연인들.

이 사진은 몇 주 전, 모 동호회 출사에서 찍은 것이다. 하늘공원을 내려오다가 웬 연인이 붙어서서 사진을 찍는데, 마침 그 뒤의 가로등이 그들의 손끝에 걸린 순간이었다. 결과물의 질을 떠나서 두 사람 손끝에 빛을 걸어서 마치 함께 빛을 들어 올린 것처럼 보이도록 자리를 잡고 찍었다.

어느새 나는 사진을 찍으며 결과물을 기대하고, 타자의 순간을 내 것으로 뒤집어 놓고는 개똥 같은 의도를 담으려 하고 있다.

본래 내 사진은 언제 꺼내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기록하는 수단이 아니었나. 가벼운 기록, 그게 내가 바라던 사진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그럴듯한 결과물을 기대하며 반복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를 본다. 완벽한 인간 따위는 되지도 못할 주제에, 왜 매사에 이리 집착하게 되는지.

요즘은 사진을 찍어 정리하다 보면, 아 내가 이렇게도 찍었었나 할 때가 생긴다. 물론 내가 눈에 담았던 것을 남길 거라며 한 행위의 결과물이 예쁘고 멋지면 더 좋겠지만.... 대개는 며칠 지나지도 않은 기억과도 꽤 차이가 난다. 아무리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정말 치매라도 오는 걸까.

카메라

사진은 이미 상당히 대중적인 취미이자 문화이다.

꼭 출사를 가지 않더라도 기백만원씩 들인 바디며, 렌즈며, 몇 개씩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끔은 '우리 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로군'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물론, 그런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투자와 결과물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장비가 좋은 결과물을 내는데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단지, 많은 경우 돈이 아깝다내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

어찌보면 내가 DSLR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또 내 성격탓이다. 이제는 뭔가에 작정하고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한달까.

항상 갖고 다니며 기록하고 싶은 용도로 DSLR은 적합하진 않다. 그리고 두세대씩 소유 할만큼 분야에 몰입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구현이나 화질에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항상 하이엔드 똑딱이로 결론이 난다. 이리 저리 재가며 고른 주제에 장비나 환경 탓을 할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핑계를 대봐야 사진이 별로인 이유는 결국 내가 못찍기 때문인게다.

모르겠다. 그냥 취미는 취미 수준에서 즐기기로 했다고 위로를 해야지. 결국 쉽게 만족을 못하는 이놈의 성격 문제다. 욕심은 이제 좀 버리고 살아야지.

아...

내 일이나 잘했으면 좋겠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