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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논쟁

2006년 8월 초의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마침 워드프레스 사용자 오프 모임 날이기도 했고, 우연찮게도 그 근처에서 신현석씨, 김대석씨와 몇 분이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날이기도 했다(참고로 경험상 신현석씨는 술이 상당히 쎄다). 필자는 당시 오프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으나 웹 표준의 구현 방법에 대해 나름 고민이 많던 시점이라 슬쩍 그 자리에 끼었다. 밤이 깊어가고 분위기도 무르익어갈 무렵 군용 반합에 생맥주를 마시는 푸근한 선술집 같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웹 표준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필자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당시 필자가 상당히 의문을 품고 있던 문제를 꺼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H1을 한 페이지에 몇 번 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내 경우는 최상위 제목은 단 하나 뿐이므로 한 페이지에 한 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신현석씨는 여러번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 입장이었다.

사실 W3C 문서에는 H1을 몇 번 써야 하는가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사용해도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반박하기 보다는 무엇이 더 중요한 사실이냐에 주목해야 했고, 그 날의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과거 인쇄용 문서 편집을 했던 경험이 있고 HTML로 작성된 페이지 역시 “문서”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여전히 최상단의 제목은 한번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웹 사이트는 인쇄 가능한 문서의 묶음이자 “소프트웨어”나 “미디어”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한 페이지에 여러 개의 대제목을 사용할 수 있지 않냐는 신현석씨의 의견 역시 여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웹 페이지를 무엇으로 간주하느냐도 중요한 대목이긴 하지만, 헤딩 태그가 6 종류 밖에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때때로 우리는 페이지를 만들면서 헤딩 태그가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6단계의 헤딩 태그로 충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 코에 붙이라고 이것만 주냐’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W3C에서는 헤딩 태그를 6단계까지만 만들었을까? HTML 태그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XML을 써야하는 것일까.

이런 사례는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 CDK에는 h1 태그 안에 img 태그 사용을 권장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글타래가 생겼다. 게시물을 출력하기 위해서 table 태그를 써야하는 것인지, dl 태그를 써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역시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만 하다. dl 태그의 분할 사용에 대한 질문 역시 태그의 용법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웹 사이트의 디자인부터 성능 문제나 품질 문제, SEO를 잘 해서 외부 노출을 높이는 문제. 사이트 하나를 제작하면서도 고려할 점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태그를 어떻게 써야하는가 하는 고민은 이런 문제들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약 1년 반이 지나 2008년 2월. Standard Magazine 3호 논의를 위해 필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회의를 빙자한 회식 자리에 가까웠지만 필자는 2006년의 그날처럼 신현석씨와 나란히 앉게 되었고, 어느 새 H1 이야기를 다시 꺼내게 되었다. 소모적 주장을 펼칠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 고민을 세 번째 웹진의 주제로 삼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쪽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사실 W3C에서 어떤 근거를 들어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한, 이런 질문엔 정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퍼블리셔들이 당면한 콘텐트에 어떤 태그를 써야하는가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외려 이번 주제를 통해 ‘한 페이지에 H1을 몇 번 써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사이트를 제작할 때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고민 거리를 여러분에게 던지고 싶다. 의문 투성이의 3호 웹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떤 코드가 우리에게 평화를 줄 수 있단 말인가.

이 글은 Standard Magazine 3호의 주제 포스트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현재 해당호가 발행되지 않고 있어 별도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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