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엔드, 일과 직업에 관하여

취향의 흔적
- IT/웹물음표, 2014-03-17, resistan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11년 하순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CDK에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들었던 생각을 긴 시간에 걸쳐 정리하다가 어느새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다 CSSnite vol.4에서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면서 내용을 조금씩 조금씩 채워왔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두서 없을지도 모르는...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채용 공고를 올리며

프론트엔드 직군이 모이는 모 카페에 가입한지 오래입니다만, 이제는 제가 올린 글의 대부분이 채용공고네요.
매번 채용 공고를 내야하는 현실이 싫어서 조금 다른 글을 끄적여봅니다.

제가 채용공고를 자주 올려야했던 이유는 많습니다.
회사가 마음에 안들어서, 회사의 누군가가 마음에 안들어서, 연봉이 마음에 안들어서... 이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직율이 높은 직종이라고 쉽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실력에는 기술력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인정합니다.
경력과 실력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인정합니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선 배운 도둑질이라서 이 일을 하시는 분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수동적이고, 누군가 이루어둔 것들을 누리고 싶은 분들은 원하지 않습니다.
신기술만 추구하거나, 기술이 일의 전부인양 여기는 분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뭐 제가 좀 까다롭고 따지는 거 많다는 점 인정합니다. 길게, 함께 갈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만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

일전에 서울시에서 열린 IT개발자 청책토론회에 갔더니, 개발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하청업체나 인력이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부터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개발자 양성 이전에, 있는 개발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파는 것도 아닌 퍼블리셔들은 결국 일의 가치를 어떻게 환산할 수 있을까요. 솔루션에는 가격이 있는데 퍼블리싱된 결과에는 가격이 없습니다. 아, 페이지당 5천원부터라구요?

아직도 SI업계를 필두로 한 국내 IT분야의 노동 현실은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 OKJSP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되겠지만,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런 문제 때문에 애써온 분들도 계십니다.
다들 잘 아실만한 상황을 또 이야기를 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보이니, 각설하고...

그래서 국내의 IT직군이 회사에 바라는 것은 충분한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일한만큼 보상받는 것.

또 누구나 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듣습니다.

'갈만한 회사가 없다.'

'뽑을만한 사람이 없다.'

개인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제대로 대우해주는 회사가 없으니 갈데가 없다. 그러니 차라리 프리를 뛰지.
회사는 또 이렇게 말하겠지요. 대우해주는 만큼 성과가 안나니 그냥 싸게 신입을 뽑던지 프리를 쓰지.

다른 것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바라는 상이 다를 때 거기에 실망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램이든 요구든 직접 움직여야 변화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변화시키고, 결국 해결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쩌면 각자 바라는 것보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발전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욕하거나,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코드 한 줄 안치지만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새롭고 신기한 것을 넣어서 당장 눈에 띄기보다는 홈페이지에 찾아올 사람들을 상상하고, 그들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론트엔드라는 분야가 정보의 바다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혼자하기 버겁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할 좋은 사람을 찾습니다.
저는 관상쟁이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닌지라 사람을 가리는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채용 공고를 또 다시 올립니다.